자신에게 언제나 친절하자.

나는 글쓰기 도구로 이맥스(EMACS)를 사용한다. 이맥스는 완전한 자유를 담은 텍스트 편집기다. 모든 것을 변경할 수 있다.

이맥스에서 나는 글쓰기, 프로그래밍, 웹서핑, 이메일, PDF 읽기 등을 하다가도 언제나 뭔가 기록하고 싶을 때는 캡처 키를 누른다. 현재 시간으로 설정된 작은 임시 창이 생기고 나는 '언제나 자기 자신에게 친절하라.'라는 글을 쓴다. 여기에는 자동으로 daylog라는 일종의 태그(분류표)가 붙는다. (아래 그림은 화면 스크린 샷)

 

위와 같은 과정은 나에게는 작은 의식처럼 느껴진다. 기록을 하고 나면 뭔가 뿌듯함이 올라온다. 나 자신에게 친절함을 채워주었기 때문이다. 

 

자신에게 친절하라는 말은 쉽다. 그렇게 살기는 어렵다. 남에게는 의식적으로 친절하면서도 자기를 학대하는 사람을 여럿 봤다. 

가끔 자신에게 친절하면서 때로는 가혹하게 하는 경우도 많다. 

 

ADHD로 사는 데에 아주 힘든 것 중에 하나는 역시나 RSD(Rejection Sensitive Dysphoria)가 아닐까 싶다. 거절 민감형 불행감(?) 이라고도 말을 하는데 거절, 비난, 비판에 대해서 극심한 감정적 동요 심지어는 고통을 느끼는 것이다. 머리로는 알고 있다. 남이 뭐라고 하든 무슨 상관인가?! 그럼에도 작은 비난에도 화가 치밀어 오를 때가 있다. 화가 난다고 상대에게 화를 낼 수도 없기에 그 화살은 나 자신에게 돌아온다. 

 

이러한 감정은 대개 뇌를 박살 내는 트리거가 된다. 하루를 모조리 날려버리기도 하고 며칠 동안 머릿속에서 매미 소리처럼 윙윙 거리기도 한다. 핑계 번명하지마!라는 말로 다시금 모진 비난이 돌아온다. 이러한 악순환의 고리는 빠져나오기가 정말 어렵다. 

 

누구든 비난할 자유가 있다. 받아들이는 가는 나의 선택이다. 비난은 까짓것 흘려보내기 쉽다.

정말 어려운 것은 내가 가장 사랑하는 것들을 빼앗아가 버리는 것이다. 너는 가질 자격이 없다는 말과 함께. 

혼자 남겨질 때면 거울 속에 내가 무너지는 모습이 보인다. 이렇게 가는구나.

무너진 자아 안에서 모진 분노는 나에게 돌아온다. 사실 세상은 그렇게 하길 바란다. 거칠다. 반성하라! 바뀌어라!라는 말과 함께. 

 

어떠한 상황에서라도 자신에게 친절함을 잃지 않아야 한다. 왜? 내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이기 때문이다. 세상에 너무 그러지 말라고 소리쳐봐야 당장은 씨알도 안 먹힌다. 그러기에 나는 나를 독려하며 오늘을 살아야 한다. 묵묵히 나아가야 한다. 그러다가 보면 어느 순간 세상이 나를 어려워하게 된다. 존중한다는 말이다. 세상에 일부로 살아가면서 시스템의 잣데는 냉혹하지만 아주 단순하지 않은가? (세상의 존중을 바라지도 않는다. 사랑하는 것들을 지킬 수준만 되면 된다)

 

자신에게 친절함은 내면의 부드러움을 낳는다. 파도가 잔잔해지고 나면 나는 수월한 상태에서 길을 나아간다. 

 

오늘도 엄청나게 힘들었다. 나를 시험에 들게 하는 절망의 늪이었다. 인간은 자신의 나약함을 감추기 위해서 칼을 휘두른다. 

그 와중에 나는 오뚝이, 각설이라는 단어가 오늘 떠올랐다. 각설이가 생각이 떠올랐을 때는 잠시 혼자 우쭐해지기도 했다. 각설이가 생각이 나다니. 한참 잊고 지낸 단어 같다. 

 

"작년에 왔던 각설이 죽지도 않고 또 왔네 얼씨구 씨고 돌아간다. 절씨구씨구 돌아간다." 

 

나에게 언제나 친절하자. 조용히 친절하게 대하자. 물론 드러낼 필요는 없다. 은밀하게 다독이는 것만으로 충분하다.

이맥스 org-capture의 스크린샷 일부

** Rejection sensitive dysphoria (RSD) is extreme emotional sensitivity and pain triggered by the perception that a person has been rejected or criticized by important people in their lif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