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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Y @ STORY

자전거 이야기

by 텍스트 마스터 2022. 11. 13.

초등학생 즈음되면 두 발 자전거를 탄다. 물론 처음에는 넘어지다가도 어느 순간부터는 균형을 잡으면서 잘 탄다. 운동 신경에 따라서 차이가 조금 있을 뿐 다들 잘 타게 된다. 

 

ADHD로 사는 것의 힘든 점을 위의 두 발 자전거 타기에 비교하자면... 탈 때가 지나고도 한참인데 여전히 처음 타는 것처럼 못 타는 사람이랄까? 남들 다 하는 걸 왜 못해?! 기본을 지켜야지!라는 말을 듣는 게 일상이 되고 나면, 예컨대 자전거뿐만 아니라 걷는 것 마저도 이상하다고들 한다. 아. 나는 완전히 불량품이구나라는 생각이 든다. 우울이 깊게 삶에 자리하게 되면 잘하는 것들은 모두 잊게 되고 부족한 나만 남게 된다. 이러한 우울은 참 벗어나기 어렵다. 왜냐하면 우울의 원인은 결국 '나' 이기 때문이다. 

 

두 발 자전거 이야기를 조금 더 나아가 보자. (지어낸 이야기다)
아... 부끄럽지만 그냥 자전거에 보조 바퀴를 다시 달고 다니기로 했다. 묘기를 부리자고 자전거를 타는게 아니니까. 나는 빨리 달릴 때가 행복했었다. 달리는 것은 자신이 있었다. 다시 보조 바퀴 타고 다니니까 처음에는 동네 친구들의 웃음거리가 되었다. 나를 티 나게 좋아하던 S양도 어느 순간부터는 인사도 안 하더라. 아쉽지만 어쩔 수 없다. 자전거 없이는 우유 배달, 신문 배달도 할 재간이 없으니까. 

 

어제도 오늘도 보조 바퀴 달린 나의 고물 자전거를 열심히 타고 다녔다. 사실 나는 두발 자전거가 아니어도 잘하는 게 많다. 나 스스로 우쭐할 때도 있을 만큼, 때로는 또래 친구들과 나는 뭔가가 다르... 아니 특별하다는 생각도 종종 했다. 자전거가 뭐 길래! 못하는 것에 괴로워하기에는 감사 할 것들이 너무 많다. 다시 보조 바퀴를 달고 다닌다는 말에 어른들은 무슨 인생을 포기한 사람에게 대하듯 역정을 내셨다. 남들 다 타는 거 못하면 어떻게 세상을 살아가냐고, 뭐 그리 쉽게 포기를 하냐고 더 연습해 보라 신다.

 

연습할 만큼 했다. 나는 이대로 만족한다. 시선은 신경 쓰지 않겠다고 더 다짐했다. 며칠 전에는 자전거 좀 탄다고 하는 Y군이 내가 배달 중인 신문 바구니를 들고는 멀찍이 가서 손 짓을 했다. 잡아보라는 거다. 보조 바퀴 달고 있다고 느리다고 생각했나 보다. 나는 잡을 수 있음에도 못 잡는 척했다. 한참을 그렇게 달리다가 결국 Y군은 다리가 풀려서 땅바닥에 넘어졌다. 자전거도 박살이 났다. 다행히 신문은 내가 그전에 챙겼다. 땅바닥에서 입에 거품을 물고 있는 Y군과 그저 별일 없다는 듯 웃고 있는 나. 지나가던 동네 친구들이 봤나 보다. 소문이 났는지 더 이상 보조 바퀴로 말을 대는 사람은 없었다.

 

오히려 보조 바퀴를 달고 자전거를 타는 친구들이 늘었다. 보조 바퀴 달면 더 빨리 달릴 수 있는 것 같다나?! 거기에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리고 날들이 지나고 자전거가 드디어 고장이 났다. 새로 자전거를 사야 했다. 단골 자전거포 아저씨가 새 자전거에 보조 바퀴를 달고 계셨다. 나는 어려운 일이 아니니 그냥 봉지에 담아 달라고 했다. 집에까지 두 발 자전거를 타고 가야지. 새 자전거로 넘어지면 흠집이 나겠지만... 그럼 어때. 원래 그런 거에 신경도 안 쓰는 나다. 다가오는 겨울의 향기를 물씬 느끼며 집까지 왔다. 추워서 넘어질 새도 없이 후다닥 왔다. 그렇게 나도 두 발 자전거를 타게 되었다. - 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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