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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LOG/JOURNAL

21-11-04 Journal

by 텍스트 마스터 2021. 11. 4.

삭발

고된 하루였다. 내가 나를 얼마나 고통스럽게 하는지 알면서도 무섭게 나는 나를 벌했다. 종이에 조금 상처가 나도 아프다고 난리를 치면서 나는 내 정신에는 정말 가혹하다. 벼랑 끝까지 몰고 간다. 죽어야만 탈출할 수 있으리라.

나는 나를 끔찍이도 아끼기에 반대로 거칠게 버린다. 탈출할 곳이 없다 싶을 때 그나마 안주할 곳은 변하지 않는 내 존재의 품뿐이었다. 그곳에서는 후회와 불안에서 벗어난다. 내 이름도 모르고 시공간도 없는 내 존재에서는 행복하다.

그 품 안에서만 머무를 수는 없듯이 눈을 뜨면 다시 에고가 울부짖는다. 어쩌란 말인가. 집에 와서 모두들 잘 때 나는 화장실에 와서 이발기로 머리를 밀어버렸다. 거창하게 한번 죽었다 뭐다 이런 의미 부여할 것도 없다.

그냥 머리라도 밀지 않으면 답답함이 해소되지 않을 것 같아서 그리 했다. 하고 나니 정신이 맑아짐을 느꼈다. 내가 얼마나 남에 시선에 휘둘리며 살아왔는가? 누가 내 대신 살아주는 인생도 아닌데 말이다.

존재의 의미 그런 거 찾을 필요도 없다. 나는 나대로 오늘 기쁘게 살면 되고 만족하면 된다. 내려놓고 비운다는 게 말은 쉽다. 실제로는 모든 것을 움켜쥐고 뭐 하나 훔쳐갈까 봐 안절부절 못하지 않는가? 사실 내 것도 아니고 내 능력 밖인 것을.

감사하는 마음뿐이다. 안하무인으로 살던 나에게 깊은 가르침을 주시는 분께 말이다. 성숙이라는 말이 아직은 어울리지 않지만 배우고 느끼는 것이 분명 있으리라. 쉽게 배울 것도 어렵게 깨닫는 것 또한 내가 선택한 방식이다.

지금 이 순간을 환영하며. 침묵 가운데 뜻을 찾고. 모든것을 내맡겨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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