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부모상
친할머니가 세상을 떠나셨다. 치매로 병원에 가시고 요양원에 가셨고 그리고 세상을 떠나셨다. 이 모든 것이 한 달도 안돼서 모두 일어난 일이다. 뭐가 그리 급하셨는지 아니면 자식들을 불편하게 하고 싶지 않으셨는지 모르겠다. 죽음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말들이 많다. 좋은 쪽으로 의미를 찾으려는 노력들이다. 오늘 발인을 마치고 와서 생각을 깊게 하면 이런저런 말들이 쏟아져 나올 것 같으나 당장 해야 할 일들이 있기에 깊이 생각하고 싶지는 않다. 가볍게 정리해보고 싶다.
기억
기억이라는 단어는 망각과 함께 한다. 내 머리가 온전치 않은 것인지 많은 기억들이 떠오르지 않는다. 내 기억을 신뢰하지 않았기 때문인가? 나는 예전부터 사진으로 기록하는 것을 좋아했다. 사진을 예쁘게 찍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그냥 내가 보고 있는 이 상황을 단순히 기록했다. 돌아가시고 나서 기억이 될만한 단서를 나의 사진들이 담긴 클라우드에서 뒤적였다. 기억하고 싶었던 사진을 찾아냈다. 매번 명절에 먹던 음식상이었다. 보고 나니 그때 그 상황이 느껴졌다. 할머니는 명절상에 내가 좋아하는 구운 김과 오이무침(더덕무침인데 나는 항상 오이만 빼먹었다)을 올려주셨다. 깊은 대화는 없었지만 사랑받고 있었다. 남은 것은 사랑뿐이다. 할머니는 돌아가셨지만 가신 게 아니다. 내 마음에 사랑으로 남아계시다.
다른 죽음들
발인을 하고 자연장으로 할머니를 모셨다. 그 곳에는 수많은 이름들이 기록되어 있었다. 남은 것은 이름 석자뿐. 그것이 인생의 모든 순간을 어떻게 다 이야기할 수 있겠는가? 내가 너무 작게 느껴졌다. 나도 이 곳에 기억될 이름 석자일 뿐. 그 와중에 어느 노부부가 작은 이름 석자 앞에 뽀로로 자동차와 과자(칸쵸, 요미요미)를 올려놓고 기도하고 계셨다. 슬쩍 보니 작은 죽음이었다. 2016-2018년 짧은 시간을 살다 간 손자를 기억하기 위해서 계신 것이었다. 벌써 3년이 지난 오늘도 그분들은 기억하고 계시다. 나도 아가가 있는 입장에서 가슴이 아려왔다. 피어내지 못하고 떠난 생명이 얼마나 안쓰러운가? 그분들 죽는 날까지 가슴으로 품을 이름이다.
죽음에 대한 생각
나는 작년에 '죽고 싶다'는 말을 참 많이 했었다. 말뿐이고 시도조차하지 못했지만, 그래서 이렇게 글을 쓰고 있지만... 그 당시에는 말은 진심이었다. 사라져 버리고 싶었다. 내 삶이 의미가 이렇게 없는데 도대체 살아서 무엇하냐?라는 생각뿐이었다. 부끄러웠고 이미 이 세상에서 할 일은 다 끝낸 것 같았다. 긴 방황이었다. 거의 1년을 딱히 기억할 것이 없을 정도로 깊은 방황 속에서 보냈다. 매일 숨을 쉬고 있을 뿐이었다. 다들 말하지만 우리는 죽음이 내 것이 아닌 것처럼 산다. 오늘의 나도 그렇다. 그러나 기차는 계속 달리고 있다. 점점 빠르게 간다. 죽음을 향해 간다. 죽음이 있기에 오늘이 새롭다. 죽음은 선택의 문제가 아니기에 생각할 대상이 아니다. 선택할 수 있는 것은 오늘 이 순간이다. 생각은 오늘을 위해서 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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