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되는 사람
토요일. 나는 나의 일터인 연구실에 나왔다. 파트 타임로 박사과정을 하시는 S기업 수석연구원 형이 연구를 하고 계셨다. 이 형이랑은 십여 년을 알고 지낸 사이이기에 길다면 긴 인연이라고 볼 수 있다. 대단한 형인 것은 분명하다. 회사에서 엔지니어로 일도 하면서 좋은 논문들을 많이 썼다. 단독으로 책도 쓴 바 있다. 사실 뭐 딱히 이야기하고 싶지 않았다. 할 말도 별로 없기도 하고... 그렇게 하루를 보내다가 저녁에 자기 진행 상황이라고 이야기를 해주는 걸 들었다. 한 시간 가까이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엄청난 양의 파워포인트 슬라이드와 실험 그래프가 있었다. 하나의 주제를 지난 5개월 동안 파고 계셨다. 이게 다가 아니다 얼마 전에는 지난 연구가 최고 학회 중에 한 곳에 Accept이 되었다고 한다. 그러니 끊임없이 회사 다니면서 연구를 하고 있다는 말이다.
집념
형은 요즘 컴퓨터 공학 모든 분야의 연구는 모두 레드오션 같다는 말을 했다. 덧붙여 가볍게 봐서 알수 있는 수준에 연구가 없다는 말도 했다. 나 역시도 알고 있다. 그래서 나에게 더 어렵기도 하다. 하나의 주제 혹은 문제를 계속 파야 뭐라도 건질 수가 있는데 참 그렇게 하지 못했다. 하나를 깊게 파는 집념은 그 자체가 고통스러운 일은 아니다. 오히려 기쁨의 전율이 느껴지는 일일 것이다. 그러려면 어느 정도 불편한 시간을 인내해야 한다. 그 과정을 피할 수가 없다. 그래서 아는 만큼 더 보인다고 하지 않는가? 나는 불편의 시간을 불행으로 받아들이곤 했다. 그래서 항상 포기했다. 한 번의 지적 승리가 필요하다. 한 번 해낸 사람은 그 맛을 알고 남들이 보기엔 미친 것들을 해낸다. 앞서 말한 형이 그렇다. 특별히 뛰어나다 싶은 사람도 아닌데도 말이다. 그 끈기와 집념을 배워야 한다. 고통이 아니라 기쁨으로 온다는 것을 믿고 이미 받았다고 생각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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