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레스와 야식 그리고 감사
지금은 11시가 넘은 늦은 밤. 연구실에 불은 켜져 있다. 고독한 구석진 내 자리에 앉아서 생각이 깊지 못한 나를 탓하고 있다. 그럼에도 감사한 것뿐이라는 말을 하기 전에 내 지금 기분을 적으면서 나를 보려고 한다. 고급진 키보드를 칠 때 기분은 언제나 좋다. 끄적이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나아지리라는 것을 알기에 적고 떠 적는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답답한 마음에 편의점에서 뭐라도 사먹을까라는 생각이 머릿속을 지배했다. 주머니의 곤궁함은 생각도 안한채 그냥 가서 김밥에 라면이라도 사 먹으면 좀 나아지지 않을까라는 어리석은 생각이었다. 그러려면 운동을 왜 하며 살을 뺀다고 말을 하지 말았어야 하는데 말이다. 다행히 믹스 커피 한잔과 하루 견과로 꺼진 배와 답답한 마음을 달래줬다. 이 정도면 충분하다.
내가 생활하는 공간에서는 나는 투명인간 같은 존재이다. 그나마 교수님이 신경써주시기에 망정이지 아니었다면 나는 있으나 마나 한 존재였을 것이다. 하루 이틀 된 것은 아니기에 지난 몇 년간은 힘들었다. 생각을 정의할 틈도 주지 않을 정도로 지쳐있었던 것 같다. 다행히 약을 먹고 이런 저런 책들과 가족의 힘을 통해서 오늘의 나를 사랑하자! 나는 온전한 존재이다!라는 사실을 깨닳았다. 그리고 내가 무언가 해보고 이루고 푼 대상을 찾았다. 쉽지만은 않기에 도대체 될까라는 의심은 여전하다. 그래도 믿어주는 가족이 있기에, 그리고 한층 깊어진 내면이 살아있기에 그냥 그렇게 가시밭 길을 오늘도 걷는다.
무엇이 잘못되었을까라는 생각을 안한 것은 아니나 내가 일을 할 때에 특히 잘못된 방향으로 관성처럼 흘러왔던 것 같다. 그것은 다름 아닌 생각을 덜한 쪽으로 모든 것을 선택하는 것이었다. 최근에 모 교수의 세 가지라는 유튜브를 알게 되고 학습이란 무엇인가에 대해서 조금은 다시 생각해 보면서 생각하는 것의 중요성을 되새기게 되었다. 특히 논문을 암기하는 강의에서는 나의 지난 태도를 고치리라는 마음도 다잡았었다. 여전히 쉽지가 않다. 생각을 한다는 것. 특히 어려운 대상을 생각한다는 것은 퍽이나 쉽지 않은 일이다. 그리고 한 시간 생각해서 풀수 있는 일이 아니기에 때론 일주일, 아니 몇 달, 그 이상 같은 문제로 생각을 한다는 것은 나에게는 평생 해본 적이 없는 일이다.
그래서 나는 항상 초심자였다. 조금 하다가 다시 원점으로 떨어지는 과정을 수차례 겪으면서 잘못된 것은 알았지만 더 이상 못하겠다는 시점이 올 때까지 계속 그렇게 되풀이 해왔다. 나름의 이상은 높으나 도달하기 위한 작은 실패와 성공의 챗바퀴를 이해하지 못했다. 이해하지 못했다는 표현이 맞을 것 같다. 이것이 ADHD로 인한 문제였다면 그곳에서 일정 부분의 원인이 있다는 생각이다. 어찌 되었든 나는 약을 먹고 있고 이전과는 다른 발걸음으로 의미 있는 삶을 위한 여정을 시작했다. 여전히 지난 날의 나는 나의 앞 길을 붙잡는다. 그럼에도 오늘이 소중한 것은 내가 생각을 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전에 나는 다른 블로그에서도 이런식의 글을 쓰곤 했는데 오늘과 같은 생각은 없었던 것 같다. 생각이 어느 정도 긍정적으로 변한 것은 사실이다. 여기에 오늘의 내가 있다.
오늘도 집 앞 현관문 앞에서 응원해주는 아내와 맑게 웃고 있는 아들을 생각하며 모든 것에 감사라는 말을 되새겨 본다. 이제 돌아가서 나의 문제를 곰곰히 생각해보자. 기록하고 또 생각을 이어가보자.
'LIFELOG > JOURNAL' 카테고리의 다른 글
21-04-15 Journal (0) | 2021.04.16 |
---|---|
21-04-14 Journal (0) | 2021.04.14 |
21-04-12 Journal (0) | 2021.04.12 |
21-04-11 Journal (0) | 2021.04.12 |
21.04.03 관찰 일기 (0) | 2021.04.0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