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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Y @ STORY

블로그 시작 (복용 8주차)

by 텍스트 마스터 2020. 7. 16.

** ADHD를 짧게 @라고 적습니다 ** 

 

어느 순간부터 인생이 진창에 빠진 것 같았다. 그러고 보니 참 오래된 것 같다. 성인이 된 이후부터 뭔가 하고자 하는 바가 있었지만 뭐 하나 이뤄내지 못했다. 방향을 일찍 잡고 가방 끈은 날로 길어졌지만 결실을 맺지 못했다. 매번 내 자신이 못마땅했다. 내가 게으르고 나약하기 때문이라는 자기 비하의 연속이었다. 자존감이 숨 쉴 공간은 없었다. 2년 전부터는 우울증 진단을 받고 계속 약을 먹어왔다. 그럼에도 여전히 현실은 늪에 빠져 있었다. 내가 움켜쥔 모든 것들이 사라져 갔다.

새로운 시작

약을 시작한지 8주가 되었다. 한국에 돌아오고 새롭게 다니게 된 병원에서 성인 @진단을 받았다. 정확히 말하면 ADD라고 한다. H가 의미하는 과잉행동은 없었기 때문이다. 이것이 뇌의 장애인 것은 전혀 몰랐다. 뇌가 대다수의 사람과 다르다는 말이다. 행복 호르몬이라 불리는 도파민 동작 메커니즘에 문제가 있다고 설명할 수 있겠다. 나름 위로가 되었다. 여러 자료들을 보면서 그렇게 생겨 먹었기에 그랬던 것이니 너무 자책하지 말라는 말들을 많이 보았다. 그러기에 나 자신을 용서하게 되었다. 남은 인생 새롭게 살아볼 수 있을 것 같았다.

다시 또 제자리

8주간 콘서타라는 약을 점진적으로 늘려가면서 내 몸의 반응을 의사 선생님과 지켜보았다. 신기하게도 복용량을 늘려도 부작용이 거의 없었다. 그렇게 최대 용량인 72mg까지 올려보게 되었다. 약을 시작하면서 무기력에서 탈피하여 긍정 에너지가 넘치는 내 모습을 확인하게 되었다. 그러나 최근 복용량이 연거푸 늘어나면서 불안 증세가 생겼다. 일을 차근히 해나가면 되는데 도무지 정신이 한 점에 모아지지 않았다. 그러다 보니 다시 또 진창에 아니, 이번에는 깊은 구덩이에 빠져버렸다.

오늘 딱 5분만

어제는 퍽 힘들었다. 미팅 결과도 안좋았고 이후에 나의 대응도 미덥지 못했다. 슬픈 하루였다. 그래도 운동은 해야지라는 생각에 운전대를 잡고 박스로 향했다. '인생을 바꾸는 5분' 뭐 이런 어그로를 끄는 유튜브 영상이 눈에 들어왔다. 영상도 5분인지라 별 생각 안 하고 봤다. 보고 나서 딱 5분만 힘내보자는 결심이 생겼다. 더도 말고 5분만 해보자. 5분 하고 또다시 5분 해보자. 큰 결실을 당장 바라지 말고 5분의 성취에 감사하고 기뻐하자. 작은 성취를 느끼며 자기 효능감을 되살려보자. 이런 생각들을 하고 나니 마음이 조금은 편해졌다. 복용량도 54mg로 줄이고 새롭게 시작해 보기로 했다.

블로그

100명 중에 3-5명이 @ 환자라는 연구 결과가 있다. 생각 보다 많은 수치다. 그럼에도 대부분은 모르고 살아간다. 최근에는 다행히 성인 @에 대한 인식 개선과 보험 적용 등이 이루어지면서 온라인 상에 관련 커뮤니티가 몇 군대 생겼다. 그리고 몇몇 분들은 자신의 이야기를 블로그에 담아 관련 증상으로 어려움을 겪는 분들과 공유하고 있다. 나도 커뮤니티와 더불어 몇몇 분들의 도움을 받는 입장에서 나의 삶을 조금씩 기록하는 게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나의 일과 관련된 생각들을 담는 블로그와는 별개로 이런 이야기를 담는 것은 티스토리가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짧게 시작을 해보고자 한다.

 

앞으로 다룰 이야기
기본적으로 나의 삶에 대한 일기장과도 같은 이야기들을 쓸 예정이다. 어느 것 하나 @와 관계가 없는 것이 없기에 그 나름대로에 의미가 있으리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내가 겪은 @에 대한 증상과 더불어 다른 사람들이 겪는 @에 대한 이야기를 적을 것이다. 대부분 성인 @에 대한 것으로써 나와 같이 성인이 되서 @라는 것을 알고 격하게 사는 모든 분들에게 공감이 되리라 기대한다. 그리고 @를 위한 팁들을 정리해서 올릴 생각이다. 공부하는 것을 업으로 하는 나로서는 다양한 고민을 많이 하며 살아왔기에 관련 문헌을 추가로 읽으면서 도움이 될 만한 것들을 정리해보고자 한다. 

결국, 잘 다스리며 살기

@는 완치라는 개념이 없다. 약물이나 행동 치료를 바탕으로 적절하게 달래가며 사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기에 우리는 적절하게 다스리는 법을 알아야 한다. 아직 나도 그 방법 혹은 적정 복용량 등을 제대로 알지 못한다. 그러기에 접점을 찾기 위한 고단한 과정을 기록하고 나누고자 하는 것이다. 건강 상태, 성별, 주변 환경, 문제 증상 등에 따라서 대처하는 방법은 정말 가지 각색일 것이다. 그럼에도 중심에는 전두엽 도파민 시스템의 문제라는 공통점이 있다. 그러기에 알아야 하고 공유해야 한다. 전문가들의 연구와 별개로 살아가는 비슷한 사람들의 이야기는 또 다른 도움이 될 것이라고 믿는다. 끝.


사진 출처: http://scienceon.hani.co.kr/292991 박종애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