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
마감 시간을 제때에 못 마치고 허둥지둥 철야 작업을 하고 있다. 저녁 약을 먹고 열두 시가 넘어서 잠시 눈을 붙인다는 게 일어나 보니 5시다. 잠이 매우 중요하기에 바쁘던 뭐던 잠은 잔다고는 하지만 너무 잘 잤다. 그 와중에 꿈을 꾸었다. 십여 년 전에 일 년 반을 깊게 만난 여자 친구가 꿈에 나왔다. 모 방송 기자로 잘 지내고 있는 친구다. 긴 만남은 아니었지만 종종 생각이 나는 친구다. 6년 전쯤에 우연한 계기로 잠시 만난 적이 있었다. 나는 무슨 생각인지 악수를 권했었다. 어색한 악수와 인사를 했던 기억이 난다. 길게 이야기를 하고 싶었지만 당시 만나던 여자 친구가 기다리고 있는 터라 그렇게 헤어졌었다. 참 인연이란 게 뭔지. 이 친구와 나는 20대의 혈기로 뜨겁게 만났었다. 돌이켜보니 그 당시에도 ADHD 증상으로 삶에서 미숙한 부분이 많았다. 반면에 그 친구는 아주 집중력이 뛰어났다. 시작하면 불도저처럼 해내는 친구였다. 동생이었지만 참 대견하고 부러웠다. 페이스북 친구이기에 근황을 보니 좋은 성과를 만들어 내고 있었다. 30대 중반이 되었을 테니 정점에 서있으리라... 이 친구가 기자 준비를 했었기에 종종 세상 문제를 이야기했었는데 나와는 생각이 아주 많이 다른 친구였다. 언젠가 헤어진 뒤 한참 뒤에 블로그를 보니 나랑 만날 때와는 전혀 다른 관점에서 세상을 보고 있었다. 괜시기 흐뭇했던 기억이 난다. 시간은 흘러간다. 나도 너도 그렇게 하나 둘 좋은 추억만 남아서 기억 속에 품은 채 살아간다. 흙으로 돌아가면 나는 긴 꿈속에서 지난 시간의 그리운 사람들을 만날 것이다. 붙잡을 수 없는 이 순간 너무 소중하구나!
끝으로...
블레이드 러너(1982)에서 인간을 꿈꾸던 사용 기한이 다된 안드로이드가 마지막에 남긴 말이 생각이 난다.
"난 네가... 상상도 못할 것을 봤어
오리온 전투에 참가했었고
탄호이저 기지에서 빛으로 물든 바다도 봤어
그 기억이... 모두 곧... 사라지겠지...
빗속의... 내... 눈물처럼
이제 죽을 시간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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